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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제 위기 (feat.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 우려)

by 율파이프 2022. 10. 23.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사임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가 지난 10월 20일 취임 44일 만에 총리직에서 사임하였다. 표면상으로는 "선거 공약 이행이 없어서 물러난다"라고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야기하여 사임하게 되었다는 후문이다.

 

리즈 트러스 총리가 4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영국에 피해를 입힌 금액만 240조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대략 500조원정도인데, 한 달 남짓한 시간에 날려버린 영국 국민연금 손실액이 우리나라 1년 예산의 반 정도 금액이다.


트러스 총리의 사임 이유

트러스는 보리스 존슨의 후임으로 9월 6일 총리가 되었다. 총리가 된지 이틀 뒤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면서 약 2주간 영국에서는 국가 애도기간을 가졌다. 이 당시에는 별다른 정치 행보를 보이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총리 활동을 한지 한 달 정도 후에 사임을 한 것이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사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70조원의 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

지난 9월 23일 트러스 총리는 450억 파운드인 약 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의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감세정책은 국민의 세금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어 내수를 활성화해주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서 경기부양의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많이 들어본 뉘앙스이지 않는가? 바로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 세계적으로 돈을 풀어서 경기 부양했던 방법과 동일한 목적을 갖는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및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전 세계적으로 긴축정책을 하고 있는 마당에 감세정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이다. 현 시점에서 70조원의 감세정책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어찌 되었건 트러스 총리는 대규모의 감세로 영국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린다는 공약을 내세워 보수당 의원들에게 선출이 되었다. 사실 본인이 내세운 공약을 보수당 의원들이 찬성하고 뽑아주었으니, 해당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임기 초반 강력하게 드라이빙을 거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국 중앙은행에서는 2회 연속 기준금리를 0.5%로 올리는 빅 스텝을 진행하며 긴축정책을 하는 시점이었고, 영국 정부는 이와 정반대로 역행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와 같은 감세정책을 내놓은 이유는 최근 부진에 빠진 영국 GDP를 상승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대규모의 감세 정책을 내세운 것이다.


영국 정부가 제안한 감세 정책은 다음과 같다

  • 소득세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춤
  •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춤
  • 인지세 부과 대상 주택 가격을 12만 5000파운드에서 25만 파운드로 2배 상승
  • 법인세를 기존 19%에서 25%로 올리는 인상 계획을 폐지

 

최근 미국 연준에서 급속도로 금리를 올리면서 강달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파운드화의 가치는 1파운드가=1.13달러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아래 그래프는 파운드 달러 환율을 나타내는 그래프로 최근 1년간 파운드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지난 9월 26일에는 파운드화가 폭락하여 달러와 파운드의 가치가 동등 수준까지 떨어졌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1년간 파운드 달러 환율 변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 급등

전세계적으로 초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영국도 소비자물가지수가 급등하고 있다. 9월 CPI가 10%를 돌파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였고, 향후 15%까지도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9월에 CPI가 상승한 주된 요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료품의 가격 상승과 전기와 가스 등의 에너지 가격이 상승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의 물가 상승률은 14.5%로 1980년대 이후 최고 상승률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6.5%에 달하며 3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였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도 CPI 상승에 주요한 원인이긴 하지만, 그 외 다른 부분에서도 전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영국의 소비자 물가가 급등하고 있으니, 영국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는 적절하게 비유할 대상도 없을 정도이다. 아래 그래프를 봐보자. 역사적으로 지금과 같이 물가 상승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영국 물가 상승률


영국 연기금 강제 청산 위기

물가가 상승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이루 차가울 수가 없다. 정부는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세금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이 나올 수 밖에 없으며, 영국에서도 우리나라 돈으로 92조원에 달하는 600억 파운드를 지원할 계획이었다.

 

나가는 돈이 많으면 들어오는 돈을 늘려서라도 나라 곳간을 채워야 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인데, 영국 정부는 이를 역행하면서 70조원의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으니 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수가 계속적으로 줄어드는 것도 영국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는 점 중에 하나였다. 

 

영국 정부가 9월말에 감세안을 발표하고 나서 영국의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 가격 폭락하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정세가 불안한 사황인데 영국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으면서 국채의 가격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영국 연기금이 레버리지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가 100만원이 있으면 300만원을 빌려서 100만원의 채권 4개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채권 가격이 75만원으로 떨어져서 내가 빌린 돈의 가격인 300만원에 도달하게 되면 추가 납입이 없으면 강제 청산을 당할 수가 있다.

 

그럼 여기서 영국 연기금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왜 사용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주식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100만원과 1000만원을 넣어서 10%의 수익을 얻는다면, 10만원과 100만원을 얻게 된다. 수익률이 동일하다면 투자금이 많을수록 수익금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기금과 동일하게 영국 연기금도 오랜 시간 동안 지지부진한 성과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 레버리지를 쓰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년간 유지되어온 저금리는 이와 같은 투자에 효과적이었으나, 최근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채권에 대한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결국에는 청산당할 수 있는 위기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영국 연기금에서 발생한 것이다. 영국 연기금이 4배의 레버리지를 거래를 하였는데 채권값이 급락하면서 강제 청산이 될 위기에 처했고 운용사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채권을 대량 투매하며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영국 연기금의 손실이 240조에 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의 손실규모이다.

 

연기금이 마진콜에 대해 증거금을 보충하지 못하여 청산당한다면 연기금이 붕괴될 것이고, 이로 인한 후폭풍은 전 세계 경제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걸 막아주기 위해 긴급하게 영국은행이 총 100조 7000억원정도인 650억 파운드 규모의 장기국채 매입을 결정하여서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 위기 확산 우려

영국이 해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무제한 국채 매입을 결정하였으나, 국채 매입도 10월 14일에 종료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긴축정책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를 역행하는 국채 매입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다시 영국 채권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게 되고 다시 채권 가격의 하락 및 강제 청산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점이 세계 금융 중심 국가인 영국에서 현재 금융위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이유이다. 영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지난 번 리먼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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