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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파이프의 경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의 나비효과

by 율파이프 2022. 11. 4.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배경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성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는 흥국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흥국생명이 2017년에 발행한 5억달러 영구채를 조기 상환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크게 다뤄지고 있는데, 해당 내용에 대해서 한번 다뤄보고자 합니다.

 


영구채란 무엇인가?

채권이라는 건 갚는 기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1년 혹은 2년만기 채권처럼 갚는 시기를 정해놓고 발행을 하게 됩니다. 

 

영구채란 말 그대로 영구적인 채권입니다. 즉, 만기가 정해져있지 않은 채권으로 회사가 만기를 계속 연장을 할 수 있는 채권입니다. 회사가 영구적으로 계속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에 채권은 일반적으로 발행하면 부채로 취급되지만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되어 재무 지표 개선을 위해 발행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2017년 흥국생명 영구채 발행

2017년 11월 9일에 외국투자자들에게 달러 영구채 5억 달러를 발행 하였습니다. 규모는 5억달러, 표면금리는 4.48%이었고,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건 발행일로부터 5년 뒤인 2022년 11월 9일입니다.

 

콜옵션 행사 주기는 6개월 단위로 결정할 수 있었으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에는 5년 금리에다가 가산금리 2.472%를 올리는 조건이었습니다.


2022년 콜옵션 미행사

콜 옵션이라는 것은 영구채의 조기 상환권을 의미합니다. 즉, 콜옵션을 미행사했다는 건 조기 상환을 하지 않고 연장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게 시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통상적인 개념을 위배하는 게 문제가 된 부분입니다.  

 

영구채라는 게 말그대로 영구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시장에서는 영구채를 발행한 회사가 5년 뒤에 갚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말은 영구채라고 하지만 통상 시장에서는 5년 만기 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흥국생명도 기존 영구채를 상환하고 새로운 영구채를 발행하려는 계획이 있었고, 5억 달러 중 3억 달러는 다시 외화 영구채를 발행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조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금리가 매우 높아진 상태이며, 더군다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유동성 자금이 경색되면서 흥국생명에서 채권을 발행하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최근에 부동산 PF 대출에서도 자금이 경색되어서 정부에서 채안펀드를 투입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인거죠.

 

어쨌든 흥국생명이 새롭게 영구채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12%까지 높여야 하는 상황이었고, 차라리 콜옵션을 미행사하여 가산금리를 주더라도 이득이라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다만 콜옵션을 미행사한다는 건 암묵적으로 정해져있던 룰을 깨는 것이고 신뢰도를 크게 하락시킬 수 있는 부분입니다 .

 

흥국생명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시장 신뢰도 하락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부분도 있을 것이고, 두 번째는 흥국생명의 재무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되는데, 이번에 5억달러를 갚는다는 것은 흥국생명의 자본이 5억달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보험사의 지급여력 비율이 150%를 상회해야 하지만, 이번에 영구채를 상환하면 지급여력 비율이 120%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서 불가피하게 영구채를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 2의 레고랜드 사태?

하지만 지난번 강원도 레고사태에 이어 국내 보험회사가 영구채 콜옵션을 미행사하면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아무도 예상을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발행한 영구채 콜옵션 행사하지 않은 건 2009년 우리은행 이후 처음인데, 금융위기가 왔을 때 이후로 처음이라는 것이죠, 흥국생명도 이번 콜옵션 미행사가 시장에 불러올 파장을 알고 있기 때문에 6개월 혹은 1년 안에 콜옵션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회사에 대한 재무 건전성 우려와 더 나아가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심리를 급속하게 냉각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성

레고랜드 사태 이후 정부는 채안펀드를 투입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급속하게 냉각되던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심리에 온기를 살짝 불어넣었는데, 이번 흥국생명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가 유동성을 다시 냉각시키고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시장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구요.

 

더욱이 연준이 4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한미 금리가 1%로 역전되었고 영국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33년 만에 최대 금리폭 상승을 하는 등 국제 정세는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영국도 트러스 총리가 70 조원의 대규모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가 국채 가격이 폭락하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폭락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하지 않을까라는 우려스럽네요. 하루빨리 물가가 안정되어서 금리가 내리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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