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로 잃어버린 신뢰
투자자들의 이런 인식변화는 흥국생명 회사채 가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시면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를 발표한 직후 거래 가격은 100달러 수준에서 85달러 수준으로 15% 정도 급락하였습니다. 투자에 있어 신뢰 및 신용도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습니다.
콜옵션 미행사의 속내
흥국생명도 콜옵션을 포기한다고 발표하기 전에 많은 고심이 있었을겁니다. 5년 전에 발행했던 기존 신종자본증권 발행 금리 4.475% 이었으며, 콜옵션을 미행사 시 가산금리가 더해져 6.75%까지 상승하도록 약속되었습니다. 4.475%에서 6.75%로 오르는 건 2.3% 정도의 이자 상승이며, 채권 금리로 따졌을 때 상당히 많이 오르는 축이라고 합니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차환 발행하여 콜옵션을 행사하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차환 발행 시 10% 이상의 금리로 발행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2.3%도 많이 오르는 수준인데 그의 배인 5%가 올라가게 되버린거죠. 더군다나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올라서 유동성이 막히게 된 상황인데, 차환 발행한다고 성공적으로 발행이 된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인겁니다. 그래서 2가지 내용을 고려하여 더 낮은 이율인 콜옵션 미행사를 하는 것으로 판단을 내린 게 아닐까 추정을 합니다.
콜옵션 행사하기로 입장 변경
하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은 2017년도 채권 발행 시 5년뒤에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였는데, 막상 콜옵션을 미행사하면서 자금 회수가 막혀버리게 된 것입니다. 이에 한국 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투자자들의 신뢰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보도가 쏟아지면서 만기일을 이틀 앞두고 외화신종자본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입장을 변경하였습니다.
흥국생명도 "최근 조기상환 연기하면서 충격을 준 금융시장의 혼란을 해소"하고자 한다며, 흥국생명의 모회사인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에 통감하고 이에 자본 확충을 지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사실 흥국생명이 돈이 없어서 콜옵션을 미행사한 게 아니라 금융당국에서 보험사들에게 권장하는 150%이상의 지급여력을 유지해야 했기에 미행사 한 이유도 있습니다. 어쨌든 흥국생명은 부득이하게 상황에 맞춰서 자신의 권리를 수행했으나 그 여파는 상당히 컸던 것입니다. 참고로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회사에서 보험계약자에게 돈을 지불 할수 있도록 보유해야만 하는 재무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결국 주요 시중은행과 대주주 태광그룹에서 자본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콜옵션을 수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번 조치는 시장 혼란을 어느정도 잠재울 것이라 예상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왜냐하면 흥국생명이 수행한 이번 조기 상환으로 다른 보험사들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즉, 콜옵션 미행사로 인한 우려를 잠재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잃어버린 채권시장 신뢰는
11월 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3% 떨어진 4.156%, 5년물 금리도 0.028% 떨어진 4.256%에 마감하였습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팩트 하나로 채권 금리가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정도 흐름을 바꿔주는 역할은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일단락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장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금융 시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걸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신뢰를 저버리게 되면 그 후폭풍을 얼마나 거센지에 대해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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